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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미션] 나에게 보내는 크리스마스 일기


BY 사교계여우 2021-12-25 02:00:53

일찌감치 시작한 송년회 일정도 거의 끝나간다. 얼마 남지 않은 올해는 차분하고 느긋하게 보내고 싶다. 추위도 많이 타고 사람 많은 것도 질색이니 크리스마스에는 집에서 뒹굴뒹굴할 예정이다. 그래도 이십 대 초반에는 밖에도 돌아다니고 그랬던 것 같은데 이제는 힘들당. 사서 고생 노노.

크리스마스 준비 1.
언젠가부터 라블리랑 보내는 크리스마스 날에는 집에서 같이 카드를 직접 만들고 서로 교환하는 우리만의 작은 의식을 치르고 있는데 올해라고 딱히 다른 할 일은 없으므로 진행하기로 했다. 점점 뭘 그리거나 만들기는 커녕 손 편지를 쓰는 것조차 거의 안 하다 보니 사실 카드를 만든다는 게 좀 부담도 되고 귀찮은데, 이럴 때 아니면 손으로 조물조물할 일이 정말 없기 때문에 두뇌 자극 차원에서라도 강행. 카드 재료를 사야지 사야지 생각만 하다가 벌써 크리스마스 D-2일이 되었다. 추우니까 만사가 힘든 걸 어떡하냐고. 오늘은 퇴근하고 꼭 사러 가야겠다. 라블리가 벌써 디자인 구상을 끝냈다고 하기에 어떤 재료가 필요하냐고 물었더니 그냥 아무거나 알아서 사오면 된다고 한다. 대체 무슨 디자인이길래ㅋㅋㅋ 매번 유치원생 뺨치는 유치함과 허접함을 뽐냈던 그였기에 올해도 기대가 된다.  

크리스마스 준비 2.
월급고개임에도 불구하고+장본 지 얼마 안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마트몰에서 소고기를 주문했다. 크리스마스 날 저녁에는 라블리랑 정예지를 앉혀놓고 스프랑 빵부터 내야짘ㅋㅋㅋ 예인표 아웃백을 기대하라고 호언장담했지만 요새 집에서 음식을 안 한 지도 꽤 됐고 조리 기구도 변변치 않아서 걱정이 된다. 식재료 욕심이 어느 정도 채워지니 이제는 조리 기구 욕심이 슬슬 생기고 있는데 이 집에서 벗어날 때까진 쓸데없이 가재도구를 늘이기 싫으니까 참는다 내가! 누구한테 선심쓰는 건지 모르겠지만.

크리스마스 준비 3.
어릴 때 가족이 다 같이 마트(아마도 킴스클럽이었던 듯)에 가서 트리를 샀던 게 기억난다. 하지만 지금 내 집엔 트리를 들여놓을 여지가 없어서 그냥 전구 장식만 아주 간단히 했다. 예전부터 있던 전구가 맛이 갔길래 새로 샀다. 이것저것 더 꾸미고 싶은 욕구를 절로 잠재우는 협소한 나의 집 흑흑. 부디 내년 크리스마스는 다른 집에서 보내게 되기를. 이 곳이 더 이상 나의 거처가 아니기를.

크리스마스 준비 4.
보고 싶은 영화 다운 받아놓기 완료. 상영 중인 영화 중엔 땡기는 게 없어서, 보고 싶었는데 상영 기간에 보지 못하고 놓쳤던 것들을 챙겨 보기로 했다. 같이 놀 사람한테 물어본 건 아니고 걍 내맘대로 그러기로 결정함. 물론 영화 선정도 내맘대로 해버림ㅎㅎ 봐도 봐도 재밌는 <나 홀로 집에>도 또 보고 싶다.

크리스마스 준비 5.
그전에 오늘내일은 청소를 좀 하자. 이게 안 되면 다른 거 다 소용없음.

크리스마스 준비 번외편-회사 버전.
언제부터 해온 건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회사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5000원 선에서 각자 선물을 하나씩 준비해와서 랜덤으로 교환하는 소소한 이벤트를 한다. 여기서 핵심은 5000원이다! 요즘 세상에 5000원으로 살 수 있는 게 정말 없는 거 같지만 또 열심히 찾아보면 은근 있다. 그러나 각자의 센스를 최대한으로 발휘하지 않으면 받는 사람에게 아무런 기쁨도 주지 못할 위험이 있다. 모두가 받기 싫어하는 선물도 꼭 있고 그래서 더 재밌다. 추가 기준이 있다면 출판사니까 책은 제외, 그리고 작년에 너무 핸드크림으로 몰려서 핸드크림도 제외다. 카페 직원 중 한 분이 본인은 최대한 무거운 걸로(무나 배추..) 준비해야겠다고 했는데 농담이겠지....? 작년에 나는 이마트에서 폭풍 세일하는 5000원짜리 달달한 와인을 사갔는데 반응이 좋았다. 가격 대비 가장 있어 보이는 아이템이었다. 올해는 걍 아이허브에서 미세스 메이어스 핸드솝을 여러 개 사두고 연말에 만나는 친구들한테 하나씩 주고 있으니 그거 하나 들고가야지.



이렇게 써두니 뭐 엄청 들뜨고 신나는 것 같지만 별로 그렇지도 않다. 크리스마스가 기다려지는 건 단지 회사를 안 가는 날이기 때문이지! 내가 사실 엄청난 한량이라는 사실을 회사에서는 잘 노출하지 않으려고 하는데 그만 선배 한 명에게 들켜버렸다. 그 선배는 곧 회사를 그만두고 여행을 떠난다. 역시 한량은 한량을 알아보는 법.

이렇게 또 한 해가 가고 있다. 나이 먹기가 버겁다.